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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검은 숲의 은자 5

검은 숲의 은자 5
  • 저자민소영
  • 출판사자음과모음
  • 출판년2003-03-15
  • 공급사(주)북토피아 (2005-12-13)
  • 지원단말기PC/전용단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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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가브리엔은 숨쉬는 것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댔다. 손가락 사이로 따뜻한 액체가 스며 나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지독한 피비린내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고통이 밀려 왔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흐릿해진 시야로 바라보았다. 붉은 피로 시뻘겋게 물든 그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 이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힘없이 무릎을 꿇으며 상처부위를 감싸쥐었다. 붉은 피가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고 얼굴에까지 튀어올랐다. '크윽!' 피가 역류하듯 입 밖으로 쏟아졌다.

    '원래 그대의 상대는 둘이었어.' 왕이 차갑게 말을 내뱉자 그의 등뒤에 서 있던 자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왕에게로 걸어갔다. 실로나이트였다. '그런가…이 망할 놈들 같으니라고.' 가브리엔은 눈을 감았다. 왕은 도살되는 소를 보는 듯한 눈길로 가브리엔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난 충분히 제안했지만 당신은 거절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대를 죽이는 것뿐이다. 네가 네 자신을 위해 란을 버리려 했듯, 나도 내 자신을 위해 너를 죽이는 거야'



    그 말에 가브리엔은 쥐어짜듯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주먹을 꽉 쥐었다. 헤카테가 생각났다. 이제 알 것 같았다. 난 너를 사랑했지만 지금은 너를 동경한다. 흔들릴 듯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히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그 강인함을. 나는 그것을 가지지 못했기에 늘 당신을 동경했다. 숙명의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내 자신이 싫었기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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