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절대자…그것은 무지한 자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다. 파괴신들도 창세신들도 모두 지고의 도구일 뿐이며 지고가 만든 세상을 유지시키기 위한, 무한의 힘을 담고 있는그릇들일 뿐이다. 고위신일수록 더욱 더 강하게 지고의 속박에 얽매인다. 모든 의지를 손아귀에 넣고 움직이는 자… 지고가 정하기만 하면 난 그 일을 해야 하며 지겨운 순환을 되풀이해야 하지. 피할 수 없어!' 칼리는 눈을 감았다. '심연보다 차갑고 폭풍보다 무자비한 에블리스여. 넌 그 속박을 거부하고 싶었던 거냐. 하지만 에블리스. 너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너로 인해 모든 게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난 그날이 오기를 바라지 않아. 어리석다고 할지라도 이제 모든 게 지겹고 괴롭다. 그러나 지금은 현재만 생각해야 해. 앞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 신성의 권능이 바닥나 버렸지만 마지막까지 끌어 내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 지고가 아닌 그 무엇이 자신을 속박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간다. 그 누구도 나를 속박할 수 없다. 곧 그의 손을 따라 마력이 흘러 들어왔다. 뜨겁고 익숙한 기운이 온몸을 옥죄고 있던 쇠사슬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 들어갔다. 힘의 일부가 소멸되는 게 느껴졌지만 그보다 자신이 묶여 있다는 사실이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무엇도 나를 속박할 수도, 옭아맬 수도 없다. 용서할 수 없어! 지고가 정한 영원의 굴레인 아나드리엘 일지라도!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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